미국·우크라이나, 이르면 오늘 중 \'광물 협정\' 서명

트럼프-젤렌스키 설전으로 무산된지 두 달만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르면 30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양국 ‘광물 협정’에 서명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키이우인디펜던스가 보도했다.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협정 조인식을 위해 만나 회담하다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이며 파국을 맞은 지 두 달 만이다. 양국은 수개월 간의 줄다리기 끝에 미국이 일부 양보를 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율리야 스비리덴코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오늘 저녁 미국에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현재 서명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상태로 알려졌다.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개발과 공동 투자 기금 창설을 통해 광물·에너지 및 관련 기술 분야에서 우크라이나 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체 이득의 절반을 상당 기간 동안 가져가게 된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종 문안은 양국이 50대 50으로 투자하는 구조”라며 “‘많은 긍정적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번 협정은 논란이 됐던 미국의 과거 군사·재정 지원금 상환 조항을 모두 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 중 일부를 협정의 일환으로 상환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최대 3000억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큰 반발을 낳았다.

2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후 미국 측이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향후 제공될 군사 원조만 미국 측 기여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고 FT는 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향후 공동 투자 프로젝트와 이익의 재투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정의 기본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3월 23일 미국 측이 보낸 초안보다 훨씬 나아진 문안을 (우크라이나측이) 최근 위싱턴에서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협정은 기존 광산 및 에너지 시설, 가스·송유관, 항만 등의 즉각적인 인수나 자산 이전 조항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2021년 체결한 ‘핵심 원자재 파트너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양국은 이달 초 서명한 사전 양해각서(MOU)에서 이번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EU 통합 노선이나 국제금융기구와의 약속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냉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세계 3위 규모의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폐기해 국제 안보에 기여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영국·러시아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는 대가로 당시 세계 3위 규모의 핵무기를 포기했다. 미국이 명시적 안전 보장 약속 대신 이와 같은 내용을 넣어주기로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양국 간 광물 협정은 미국의 경제적 파트너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에서도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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